유진희 (YOO JIN HEE)
(사)한국민화협회 회원
그림닷컴 작가
민화화실<향> 대표
개인전
· 2024 춘春,냥전 (갤러리루벤)
· 2023 슬기로운 민화생활 (SETEC,민화아트페어)
· 2022 자기만 모르는 귀여움에 대하여 (SETEC,민화아트페어)
· 2019 고양이 민화전( SETEC,민화아트페어)
· 2018 행복을 담은 민화전 (SETEC,민화아트페어)
그룹전
· 2025 담소전 (갤러리 라메르)
· 2025 월드아트엑스포 한-중대표작가교류전 (코엑스)
· 2024 미술관 옆 동물원 (충주공예전시관)
· 2024 뉴웨이브 25 특별기념전 (동덕아트갤러리)
· 2021 물렀거라,歲畵 나가신다 세화전 (동덕아트갤러리)
· 2020 화조화 Today (동덕아트갤러리)
· 2018 한국민화밀라노 특별전
수상
· 2022 (사)한국민화협회 전국민화공모전 장려상
· 2021 향토문화미술대전 우수상
· 2021 물렀거라,歲畵 나가신다 세화전 우수상
· 2020 (사)한국민화협회 전국민화공모전 장려상
· 2015 (사)한국민화협회 전국민화공모전 특선
저서
· <아빠! 머리 묶어주세요> 2013, 한울림 어린이
· <고양이는 언제나> 2022, 야옹서가
· <매일매일 피어나> 2024, 웅진주니어
instargram: @hyang_minhwa
email: nee23@naver.com
- 작가노트
고마운 민화, 고마운 고양이
민화는 그리는 사람도, 바라보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 특별한 매력 덕분에 아팠던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치유되었고,
고양이 향이와 함께한 시간들은 제게 따스한 위로이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제 삶의 원동력이 되어 준 민화와 고양이,
그 둘이 함께 빚어낸 행복의 묘약이
모든 분들께도 따스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언제나 곁에서 무한한 영감을 주는 향이,
그리고 길 위의 작은 생명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축사
민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
뛰어난 필력을 함께 지닌 매력적인
‘고양이 작가’
유진희 작가를 아는 이들에게 그는 우선 고양이를 자신의 작품세계 중심에 두고 있는 이른바 ‘고양이 전문작가’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양이는 현대의 대표적인 반려동물의 하나로 크게 사랑받고 있을뿐더러, 우리 전통미술의 중요한 소재로도 많이 그려지던 동물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우리 민화화단에서도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굳이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유진희 작가가 사사한 스승 손유영 작가가 아마도 가장 선구적이고 뛰어난 고양이 전문작가로 꼽을 만한 화가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고양이 간에는 어떤 눈에 띄는 유사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질 법도 하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두 사람의 고양이는 전혀 닮지 않았을 뿐더러, 고양이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스토리텔링도, 그림이 전해주는 메시지도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그 다른 점을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손유영의 고양이가 사실적이고 진중하며 다소 정적인 모습으로 현대인의 다양한 심성을 대변하고 있다면 유진희의 고양이는 귀엽고 앙증맞고, 더러는 장난스럽고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과 포즈로 우리의 단조로운 일상을 위로해 주고 있다. 한 마디로 유진희의 고양이는 현대인의 메마른 삶에 윤기를 더해 주는 반려, 혹은 애완동물 특유의 매력과 가치를 그럴 수 없이 사랑스럽고 유쾌한 터치로 포착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창작민화 작가로서 유진희 작가의 가장 큰 강점과 미덕은 단순히 고양이를 잘 그리는 작가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을 일별해 보면, 유진희의 고양이가 뛰고 놀고 활동하는 무대는 책거리, 문자도, 모란도, 연화도 등 민화의 거의 모든 화목을 망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가도를 모티브로 한 <지켜줄게 II>와 <태평성대>는 말할 것도 없고, 선인장을 중심 모티브로 한 <행복찾기>와 관엽식물을 중심 소재로 삼은<슬기로운 냥이생활> 연작 시리즈는 모두 책가 없는 책거리의 구도와 소재를 멋지고 세련되게 해석한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마치 잘 만든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같이 대상을 디자인화 시킨<묘란도>와 <향이 있는 미용실>은 각각 모란도와 연화도를 모던한 감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특히 현대의 대표적인 여성전용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미용실을 점령한 반려동물들의 모습을 웃음이 절로 나올 만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향이 있는 미용실>은 민화의 대표적인 조형적 특징 중 하나인 좌우대칭 구도와 소재의 반복성을 세련되게 적용하고 나란히 앉은 고양이들의 코믹한 표정을 통해 민화 특유의 익살과 재치까지 느끼게 해 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그밖에도 무신도와 회화식 지도, 심지어 농기(農旗)에 이르기까지 민화의 모든 화목을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있다.
이와 같은 점들은 유진희 작가가 결코 고양이와 같은, 톡특한 소재 하나에만 의존하는 작가가 아니라 민화의 화목과 민화의 조형적 특징을 아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작가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민화의 조형적 특징과 속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이렇듯 세련되고 능수능란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작가는 정말로 흔치 않다.
또 하나 그의 작품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유쾌하고 재미있으며 속도감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말솜씨 유창한 이야기꾼의 달변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민화는 본시 소재와 소재의 결합을 통해 어떤 길상적인 메시지나 스토리를 전달해 주는 그림이다. 유진희 작가의 그림은 전통 민화에서 보이는 소박한 스토리텔링을 훨씬 업그레이드시켜 거의 한 장면으로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놀라운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유능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동화작가로 활동해온 그의 이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유진희 작가는 민화를 만나기 전 자신의 본령이었던 일러스트레이션과 동화에 민화적 감성을 아주 훌륭하게 더하고 조화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뛰어난 작가라고 하겠다.
이번이 첫 개인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유진희 작가는 민화아트페어나 크고 작은 그룹전 등을 통해 인상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고 엄선된 그의 가작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기회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유진희 작자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살피고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의 선명하면서도 우아한 컬러와 세상에 던지는 따듯한 메시지,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고양이 ‘향이’가 펼쳐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관람객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유진희 작가의 ‘고양이 민화’가 있어 올 봄은 유난히 아름다운 봄이다.
2024년 4월 월간민화 발행인·동덕여대 겸임교수 유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