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씨름', '서당', '비봉폭포' 등 우리에게 풍속화와 산수화로 잘 알려진 김홍도는 뜻밖에도 서양화법에 익숙한 화가였다. 도화서 서원이었던 그는 민화 책거리에도 빼어났는데, 바로 이 책거리를 서양화법으로 그렸다고 전해진다.
책거리는 조선후기에 발달한 정물화이면서, 유교 이념의 나라 조선이 물질문화를 받아들인 변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시대의 표상’이기도 했다. 또한 당시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유럽 제국과의 교류 흔적을 담고 있는 세계적인 그림이기도 하다. 김홍도가 서양화법으로 책가도를 그렸던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 채색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거리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책거리가 탄생하고 성행한 역사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배경을 다루는 동시에, 젠더적 표현과 우주적인 상상력, 현대적인 표현 기법에 이르기까지, 오늘날까지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책거리 특유의 모더니티를 해부한다. 특히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호소력을 가진 책거리의 놀라운 위상과 세계화 가능성을 짚어냈다.
목차
프롤로그_ 우리만 몰랐던 우리의 보물, 책거리 새롭게 보기
01 책과 물건을 그리다_ 책거리의 정의와 특징
02 새로운 물건이 세상을 바꾼다_ 책거리에 나타난 책과 물건에 대한 인식의 변화
03 “이 그림이 우리 것 맞나요?”_ 책거리에 등장하는 중국과 서양 물건들 -- 대항해 시대 ‘북 로드’와 책거리
04 “이것은 책이 아니라 그림일 뿐이다”_ 정조가 어좌 뒤 책가도를 펼친 까닭
05 김홍도가 서양화를 그렸다고?_ 서양화법으로 그린 궁중화 책가도
06 책거리의 매력은 “놀라운 구조적 짜임”_ 책거리의 구성적 아름다움
07 “그 정묘함이 사실과 같았다.”_ 책거리의 새로운 전형 마련한 이형록
08 블루 열풍, 19세기 채색화를 달구다_ ‘블루 책거리’가 주는 새로운 감동
09 그 무엇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움_일본인이 사랑한 ‘불가사의한 조선민화’
10 물건이기보다 소박한 삶의 진실을_ 한국적 정물화의 탄생
11 욕망에 색을 입히다_ 수묵화의 고상함보다 채색화의 화려함으로
12 행복, 다산 그리고 출세를 꿈꾸며_ 길상의 장식화로 변신한 책거리 -- ‘필통사회’는 출세를 꿈꿨다
13 취미, 그리고 삶의 미술_ 조선의 ‘호기심의 방’ 엿보기
14 조선의 여인, 수박에 칼날을 꽂다_ 책거리에 나타난 여성의 서재
15 책거리가 양자역학을 만날 때_ 책거리와 다른 장르의 콜라보 효과
16 민화 책거리에는 모더니티가 빛난다_ 민화에 나타난 파격과 상상력의 힘 -- 구한말 사진 속 ‘길상’의 책거리
17 스님의 가사장삼도 서가처럼_ 불화와 초상화에 미친 책거리 열풍
18 기명절지는 왜 중국풍으로 돌아갔나_ 책거리와 기명절지, 닮은 점과 다른 점
19 한 땀 한 땀 피어나는 부드러운 아름다움_ 자수 책거리만의 색다른 표현
20 신화에서 욕망으로, 불꽃같은 서재 실험_ 홍경택의 현대 책거리 세계
에필로그_ 책거리의 세계화를 꿈꾸며
책가도에 나타난 기물·가구·식물
미주
저자 소개
정병모
한국 전통문화 중 세계화 가능성이 가장 큰 장르가 민화라는 믿음으로 20여 년간 국내외 박물관과 개인 컬렉션 등을 찾아다니며 민화를 발굴, 연구했다. 국내외 여러 민화 전시회를 기획하고 민화 국제 세미나를 자문했으며, 한국민화학회와 한국민화센터를 창립했다.
민화 명품 도록 『한국의 채색화』를 기획했으며, 『민화는 민화다』,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민화의 계곡Ⅰ』, 『영원한 조선을 꿈꾸며』, 『사계절의 생활풍속』, 『한국의 풍속화』, 『미술은 아름다운 생명체다』, 『조선시대 음악풍속도Ⅱ』 등을 집필했다. 특히 『한국의 풍속화』는 중국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에서 번역 출간되는 등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와 박물관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경주대학교 초빙교수로 있다. 문화재청, 서울시, 경상북도, 조계종 문화재전문위원을 지냈으며,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과 현대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제1회 조자용문화상(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