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호렵도만의 독특한 의미, 새로운 미술사적 위상을 찾아서
민화와 궁중회화 등 우리나라 전통 채색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미술사 시리즈 ‘한국의 채색화 모던하게 읽기’ 2권이 나왔다. <삶의 환희를 담은 사냥 그림 호렵도>이다.
호렵도(胡獵圖)는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사냥 그림’을 가리킨다. 흔히 ‘몽고족’의 사냥 그림으로 알고 있거나 ‘호랑이 사냥 그림(虎獵圖)’으로 이해하는 것은 오류다. 이 책은 청나라 사냥 그림(수렵도)이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배우러 간 조선 사신(화원)들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지고, 이것이 민중에까지 널리 보급, 민화로 안착한 궤적을 밝혔다.
특히 시리즈 1권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에서 풍속화가로 잘 알려진 김홍도가 “능숙한 서양 화법으로 책거리를 그렸음”을 밝힌 바 있는데, <호렵도>에서도 조선에서 처음 호렵도를 그린 화가로 김홍도를 지목한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당시 부연사행(赴燕使行)에 참가한 김홍도가 청나라 수렵도를 접하고 <음산대렵도>를 그린 기록이 남아있다. <음산대렵도>는 전해지지 않지만, 이후 조선에서 그려진 거의 모든 호렵도에 김홍도 화풍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그를 조선 호렵도의 시초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민화의 화목 중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호렵도만의 독특한 미술사적 위상을 드러낸 것이 이 책의 남다른 미덕이다.
목차
프롤로그 - 민화 시대의 도래, 그리고 호렵도
1장 조선에서 유행한 사냥 그림 - 호렵도의 기본적 이해
2장 상징과 교훈의 ‘인물화’ - 호렵도의 미술사적 위상과 분류
3장 “황제가 맹호를 쓰러뜨리셨다.”_ 호렵도의 원형, 만주족의 민족 정신
4장 화살 한 발로 두 마리 사슴 잡는 ‘상무 정신’ - 호렵도의 원형 <목란도>
5장 ‘청나라 연수’ 간 화원들, 호렵도를 들여오다. - 호렵도의 유행, 부연사행
6장 김홍도, 호렵도를 그리다. - 중국 사행 후 그린 <음산대렵도>
7장 조선 호렵도와 청나라 수렵도, 무엇이 다른가? - 청대 수렵도에서 빌려온 모티브
8장 ‘감계’를 위한 호렵도 - 정주의 군사 정책과 청나라 기마 전술의 수용
9장 군사 시설을 장식하다. - 호렵도의 군사적 용도
10장 벽사, 길상, 장식의 그림이 되다. - 민화가 된 호렵도
11장 호렵도, 새로운 형식을 열다. - 18세기 호렵도의 모색
12장 사치 풍조에도 기품을 잃지 않고 - 왕실, 사대부의 호렵도가 민중의 품으로
13장 다양한 양식으로 거듭나다. - 19세기 말, 호렵도의 저변화
14장 백성을 괴롭히는 탐관오리, 호랑이가 막아주길 - 민화 호렵도의 소재와 상징(1)
15장 서수의 등장, 시대의 어려움 극복하려는 의지 - 민화 호렵도의 소재와 상징(2)
에필로그 - 중국의 그림이 우리 민화가 되기까지
저자 소개
이상국
십여 년 전 호렵도를 처음 접하고, 호쾌한 기상을 담으면서도 민중의 희로애락을 정감 있게 표현한 호렵도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후 미술사적으로 호렵도의 위상을 찾고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호렵도 연구를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청나라의 사냥 그림에서 연유한 호렵도가 어떻게 조선에 전해지고 민중에까지 널리 보급되었는지, 민화로 안착한 호렵도의 궤적을 밝혔다. 아직 연구할 것이 많은 호렵도가 전통 문화를 사랑하고 전통 회화를 계승하는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활발하게 그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경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조선 후기 수렵도 연구로 경주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주대학교 강사를 거쳐 사단법인 한국민화센터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민화 연구와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경상도 유교문자도 연구」, 「18세기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