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집은 단지 아름다운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편안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근대건축을 선도한 르코르뷔지에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그는 화가이자 조각가, 그리고 남몰래 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건축만을 위해 투쟁했습니다. 건축은 인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그의 막연하고 열정적인 희망이 투입된 유일한 분야였기에 그는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앙드레 말로는 근대건축의 선구자 르코르뷔지에의 인생을 이렇게 요약했다.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인 르코르뷔지에(1887∼1965)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과하면서 소수 특권 계급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존의 건축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주기 위하여 일생 분투했다. 그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모토 아래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한층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공간을 선보임으로써 건축의 대량생산과 표준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를 위한 수단이 바로 그의 트레이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돔이노 구조’다. 몇 개의 기둥과 슬래브만으로 단순하게 구성된 이 구조는 주택의 대량생산을 꿈꾸던 그에게 효율적인 수단이 되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현대건축의 기본 구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의 다섯 가지 원칙’을 천명했으니, 우리에게 친숙한 필로티 구조를 비롯하여 옥상정원, 수평창,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이 그것이다. 이 원칙은 그때까지 건축가마다 공법과 미의 기준이 제각각이었던 건축을 표준화, 규격화하는 데 크게 공헌했으며, 오늘날에도 이 원칙을 따르는 건축물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후대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의 저자 신승철은, 건축을 통해 삶을 바꾸고자 했던 르코르뷔지에의 생애와 예술 공간을 여행한다. 대학에서 건축 이론과 미학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르코르뷔지에가 노년의 안식처로 삼았던 프랑스 남동부 해안의 시골 마을 로크브륀느카프마르탱에서부터 시작하여, 근대건축의 출발을 알린 빌라 사보아와 현대식 아파트의 기원이 된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거쳐, 후기 걸작인 롱샹성당과 라투레트수도원을 찾아간다. 르코르뷔지에가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지중해 해안가의 작은 오두막과 그 자신이 살아생전 손수 디자인한 소박한 묘지에서는 그가 추구한 ‘행복의 건축’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새겼고, 빌라 사보아와 위니테 다비타시옹에서는 건축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려고 했던 그의 정신을 기렸으며, 롱샹성당과 라투레트수도원에서는 세속과 영적 세계를 매개하는 가운데 시적 감흥과 고요와 평안을 선사하는 공간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여정을 통해 저자는, 흔히 현대의 비인간적인 도시환경과 천편일률적인 주거 공간의 폐단을 낳은 장본인으로 비판받는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세계에 깃들어 있는 본래 정신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건축이 행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기술적 합리성을 추구한 모더니스트였지만 그의 근대는 오직 인간의 행복과 시적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었다.”
목차
PROLOGUE 언덕 위 작은 신전
01_시계계곡의 소년 건축가
02_미래를 위한 여행
03_새로운 예술을 찾아서
04_동방 여행
05_새로운 정신
06_행복의 건축
07_모두를 위한 집
08_형언할 수 없는 공간
09_해변의 건축가
EPILOGUE 시가 된 건축
르코르뷔지에 예술의 키워드
르코르뷔지에 생애의 결정적 장면
참고 문헌
저자 소개
신승철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학교 이미지행위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강릉원주대학교 조형예술・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학과 미술 이론, 건축 이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미지 문제를 중심으로 예술과 과학,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이오 아트 : 생명의 예술』 , 『시뮬라크룸에서 이미지 존재로: 가상 예술의 도상파괴주의』 등이 있다.